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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 도심 속 다른 집, 다른 삶 짓기

동아시아

한은화 (지은이)

20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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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16년 차 건축기자 한은화의
집 짓기 에세이를 빙자한 주거 정책 탐사기
잃어버린 ‘마당’을 찾아서,
파란만장 한옥 짓기 대장정!

“<반지의 제왕> 이후 이런 모험담은 처음이다!”
_김하나(작가,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저자)

엄청나게 고생스럽고 믿을 수 없게 발랄한
아파트 시대의 한옥 개척기!
한국 주거 정책을 집요하게 파헤친 탐사 일지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2,092만 6,710가구 중 아파트에 사는 가구는 51.5퍼센트, 1,078만 401가구다. 즉, 두 집 중 한 집이 아파트에 산다. 주거만족도 1위를 차지한 주거형태 역시 아파트다.(〈2020년도 주거실태조사〉) 많은 사람이 아파트에 살고 있고,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하며, 아파트에서 사는 삶에 만족하고 있다. 모든 욕망이 아파트를 향하는 시대,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를 규제하는 정책들이 쏟아졌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여기, 아파트 담장을 넘어 도망친 커플이 있다. 16년 차 건축 덕후 한은화는 반려자와 함께 결혼식 대신 집 짓기 여정을 택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심 한복판에 한옥을 짓고 2년째 사는 중이다. 처음부터 한옥살이에 로망을 갖고 집을 짓기로 한 것은 아니다. 바란 것은 딱 하나, 집 안에도 바깥 공간 한 평이 있었으면 했다. 그렇게 그들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골목길이 있는 서촌의, 지붕이 무너져 내리는 한옥 한 채를 사게 된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거 환경 및 정책이 설계된 한국에서 주택을, 나아가 한옥을 짓는 일은 녹록하지 않다. 저자는 양옥 대비 최소 2~3배 비싼 한옥 공사비를 감당하기 위해 팬티에 구멍이 날 때까지 입고 또 입으며 돈을 아끼고, 구입한 땅이 맹지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골목길 역사를 뒷조사하여 100쪽짜리 민원 문서를 쓴다. 공사 시작 직전 골목이 좁아 크레인을 댈 수 없다는 충격적인 선고를 듣고 좌절하지만, 이내 크레인을 크레인으로 넘겨 가며 기어코 집을 짓는다.
두 사람의 피, 땀, 눈물이 고스란히 새겨진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생활자』에는 ‘아파트’ 바깥 동네의 일생이 담겨 있다. 저자는 재개발되기 전까지 그야말로 ‘방치’되는 오래된 동네의 현실, 보도블록 공사나 벽화 그리기에 매몰된 허울뿐인 재생,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지 못하는 탁상 행정 및 주거 정책과 끈질기게 맞서 싸운다. 획일적인 도시 환경에서 원하는 삶을 담은 공간을 기어코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곧 ‘투쟁’의 기록이기도 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집콕의 시대, ‘집’은 과연 어떤 공간이어야 할까? 우리의 삶을 담아낼 집은 ‘아파트’ 이외에는 없는 것일까? 이들의 고군분투를 함께 읽으며 우리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옥은 왜 다 똑같이 생겼을까?
한옥은 정말 비싸고 불편할까?
한옥을 둘러싼 오해에 직접 답하다
21세기 한옥은 어떤 집이어야 할까?


한옥에는 비싸고 불편하다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또한, 구도심의 한옥은 모두 비슷한 외관을 자랑한다. 저자는 이 모든 문제가 한옥을 “부수고 재개발해야 할 옛집” 혹은 “사람이 살지 않는 채로 보존해야 할 문화재”로 바라보는 규제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건축법〉에 건축물로서 한옥의 정의가 추가된 것은 2010년이다. 그전까지 한옥에 대한 명확한 정의조차 없었다. 이후 정부는 한옥을 보존 및 육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한옥 디자인 지침을 만들었다. 저자에 따르면 서울시의 한옥 디자인 지침은 ‘조선시대 한옥’을 기준으로 삼고 창살, 대문, 타일, 담장, 지붕의 모양과 재료까지 규제한다. 가령 외벽에는 타일이나 벽돌 등을 사용할 수 없고 돌만 이용해야 한다. 담장 역시 장대석, 사괴석 등 전통적인 재료를 이용해 만들어야 하고, 그 위에 기와까지 얹어야 한다. 지붕은 전통 한식 기와 또는 개량형 한식 토기와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 기와들의 무게가 엄청나서 결국 집 전체를 짓는 데 엄청난 양의 목재가 든다. 이렇듯 규제를 따르다 보면 한옥은 비싸질 수밖에 없을뿐더러, 드라마 세트장 같은 비슷비슷한 조선 한옥이 만들어진다.
한옥 심의를 거치며 한옥 대중화 정책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마주한 한은화는 ‘전통 보전’이라는 이름 아래 변화를 용인하지 않는 현 정책의 한계를 면면히 고발한다. 한편,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여 집주인의 개성을 드러내고,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룬 한옥 건축물을 소개하기도 한다. 현대 생활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삶터로서의 한옥을 위한 청사진을 그려나간다.
살아보니 한옥은 “살아 숨 쉬는 집”이다. 집을 다 지은 후에도 나무는 수축하고 팽창하기 때문에 자리를 잡는 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 시기에는 지붕에서 떨어지는 흙을 치워줘야 하고, 나무에 생긴 송진도 닦아주어야 한다. 이렇듯 한옥은 관리가 필요한 집이지만, 불편하지만은 않다. 높은 천장고와 나무 냄새 덕분에 한옥은 취하지 않는 밤을 선사한다. 아무리 건조한 날씨여도 적정 습도를 유지한다. 효율성과 편리함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는 시대에 직접 집을 관리하고 돌보는 일이 주는 기쁨은 크다. 건축가 전보림의 추천의 글처럼 책을 읽은 독자 역시 “서촌의 한옥 매물을 기웃거리게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일지도 모른다.

삶을 담은 집에서 삶을 바꾸는 집으로
도심 속 다른 집, 다른 삶 짓기


집 짓기는 선택의 연속이다. 저자 역시 집을 짓는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선택지를 마주해야 했다. 안방과 화장실을 붙여 배치하는 게 좋을까? 지하를 파는 것이 좋을까? 옷방을 지하에 두어도 될까? 한지는 무슨 색깔이 좋을까? …
집을 지으며 그가 가장 고민했던 것은 “방의 개수”다. 그에 따르면 아파트 구성에 청약예금제도와 국민주택기금 등 정부의 주택정책이 더해져, 아파트 면적은 몇 가지 유형으로 정형화됐다. 방이 몇 개인 아파트에 사느냐에 따라 자산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렇듯 획일적이고 정형화된 아파트 공간에서는 아무리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있어도 똑같은 구조의 집에 맞춰 살아야 한다. 방이 몇 개 필요한지, 각 공간의 쓸모는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결정해 나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집은 계속 물었고, 저자는 계속 답했다. 그에게 집 짓기는 “나를 알아가는”, “나의 삶을 이해하고 정리해 나가는 과정”이었다.
하나의 치수가 틀어지면 다른 모든 것들의 위치가 흔들리고, 집에 둘 수 있을지의 여부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그래서 우리는 재고 또 쟀다. 수전 높이는 얼마, 세면대 높이는 얼마, 계단 폭은 얼마…. 줄자를 미처 챙기지 못한 날에는 발로 쟀다. 하나, 둘, 셋, 넷! 치수를 재고 공간감을 익히며 우리는 조금씩 우리 집과 우리를 이해해 나갔으며,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별했다. 이렇게 집을 짓는다는 것은 우리를 알아가는 여정이었다. 또한 우리의 삶을 이해하고 정리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거냐고 묻는 집에게 우리는 이렇게 살 것이라고 답하며 집의 그림을 그려나갔다. 나와 진택의 삶이 밀리미터 단위로 담긴 집은 그렇게 완성됐다.
_308쪽~310쪽

한적한 골목길에 위치한 체부동 한옥은 밤 10시만 되어도 새벽처럼 조용하다. 한은화와 최진택은 주말에는 외출하지 않고, 앞마당의 앵두나무와 뒷마당의 텃밭을 돌본다. 만개한 사과꽃 아래에서 막걸리 한잔 기울이며 봄날을 맞이하고, 제철을 맞은 채소로 음식을 해 먹는다. 집에서는 시계를 보지 않는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달빛으로 시간을 가늠하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집구석 은퇴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생활자』가 새로운 ‘집’을 꿈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공간은 사회나 부모가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손과 발을 사용해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건축가 구마 겐고의 말처럼, 획일적인 도시에서 다른 집, 다른 삶을 직접 지어보는 여정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 그때, 우리의 도시는 분명 더 아름다워 질 것이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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